95번째 타임로그 |2015.08.07

[한화이글스 이야기] 2015시즌 프로야구 LG 12차전 - "이보다 더 강렬한 데뷔전은 없었다"

[2015시즌 프로야구 LG 12차전, 1-4 패]
"이보다 더 강렬한 데뷔전은 없었다"

116구의 완벽 완투. 단 3피안타 7삼진 그리고 그보다 더 빛났던 무사사구. 1실점은 LG를 위한 관용이라도 되듯이 아니면 처음 만나는 한국야구에 대한 예의라도 되듯이 "에스밀로저스" 시작은 모든 것이 강렬했다. 1회부터 상대 타선을 주눅이 들게 했던 155km 직구에 낙폭이 20km 이상 차이가 나는 커브에 슬라이더 그리고 체인지업까지 홈플레이트 앞에 타자들의 미동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던 투구였다.

하지만 또 한가지 우리를 춤추게 했던 것은 로저스만은 아니었다. 역대급 슈퍼맨 캐치로 팬심을 흔들었던 야수들의 수비 퍼레이드, 5번 타순의 복귀로 연일 희망 타를 때리고 있는 정현석에 모처럼 느꼈던 하위 타선의 폭발력까지 김태균을 제외한 선발 전원 안타의 기록을 써내려가며 그렇게 5연패를 탈출했던 어제였다. 상대적으로 치열한 경쟁자들까지 패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있었을까? 멈췄던 가을야구에 대한 순항의 깃발이 다시 펄럭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에이스의 귀환을 찬양하라
투피치에 완급조절을 잃어버린 투수, 어쩌면 우리가 지켜봤던 그정도 급의 투수들인 줄 알았다. 배스에 낚이고 앨버스에 치이고 하다못해 바티스타가 그리울 정도로 외국인 투수들과의 인연이라면 눈곱만치의 솜털만치도 없을 줄 알았었는데, 잠정 계약이 100만 불을 육박한다는 대어는 역시나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대어였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놀라운 파워피칭은 생각보다 강했다. 지켜보는 내내 자연스러운 투구폼에서 나오는 공들은 얼핏 보기에 140km 후반정도로 보였던 공들이었는데 150km 넘어갔고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들 또한 수준급이었다. 1회부터 9회까지 경기의 운영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할 정도로 완급조절도 눈에 뜨였던 부분.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는 포수의 리드대로 100%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무사사구 경기를 펼칠 정도로 제구에 대한 부분까지 흐름을 놓치고 있지 않았다. 부드러움의 미학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116구 9회까지 공을 던지고도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은 감탄을 금하지 못하게 한다. 9회에도 150km 넘는 공을 제대로 뿌릴 수 있었을 정도였으니 ... 벤치의 입장에서는 한계점을 확인하고 싶었기에 끝까지 던지게 했을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로저스가 모든면에서 확실한 한화의 카드로 자리매김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한가지 빠진 점도 있지만, 완투가 있기까지 어제는 운도 따라줬다는 사실을 꼭 짚고 넘어갈 필요도 있어 보인다. 생각지도 못했던 호수비 퍼레이드는 눈을 다시 씻게 만들었는데, 1실점으로 막으며 팀을 구해냈던 강경학의 수비는 올해 최고의 수비로 뽑아도 좋을 만큼 역대급 호수비였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정타들을 이렇게 막아준 수비들이 있었다는 것도 로저스에게는 행운이었다.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전력분석원들이 내놓고 있는 부분들에서도 앞으로의 로저스에게 장밋빛 투구가 계속될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구에 대한 부분을 꿰차고 있기에 QS에 대한 부분 정도는 맘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강렬한 홈 복귀전 그리고 그보다 더 뜨거웠던 타격
예전의 "뭉치"는 이제는 잊어야 할 것 같다. 날렵해진 체격만큼이나 걱정과 우려의 시선이었지만, 두 번째 경기 만에 5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정현석은 완벽하게 팀에 녹아 있었다. 두 경기 연속 멀티 히트에 타율마저 0.571 찍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타격을 선보였다. 더욱더 의미가 있었던 것은 신이 하루만 허락한다는 김태균 무안타의 날에 놀라운 5번의 역할을 해낸 모습이었다.

팀의 중요한 4득점 중에 2득점이 정현석에게서 나왔을 정도로 2회와 5회 결정적일 때마다 효과적인 타격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해결사의 등장이라고 해야 할까? 김경언, 이성열, 이종환을 이어나가는 5번의 신화가 정현석에게서 재현되고 있다.

경기와는 별도의 이야기지만, 어제 경기 직후 짧은 인터뷰에서 밝혔던 그의 속내는 팬들에 더 진한 감동을 선사했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을 직감하게 하듯이 한마디 한마디 감정 절제를 계속해서 되풀이하는 모습이 진하게 흐르는 눈물보다 숨을 멈추게 할 정도로 짠했던 장면이었다.

지금이 이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오고 싶었다던 그의 마지막 멘트처럼 정현석이 보여준 가치는 단순하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인간의 모습보다 더 숭고한 열정이었다. 남겨진 올 시즌 어떻게 그가 팬들의 기억에 남겨질지는 모르겠지만,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정현석 5번 타선 복귀로 막혔던 갈증도 확실히 풀었던 어제였다. 고민고민하던 1번으로 정근우가 앞장섰고 강경학이 2번을 받치고 김경언이 3번에 올라오니 전날과는 확실히 달라도 달랐던 타선이었다. 김태균이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그런데도 확실한 5번이 자리를 잡아줬기에 하위 타선의 동반 상승까지 만들어 버렸다. 아마도 이 흐름 그대로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새로운 시너지 효과는 나타나리라 보인다)

절묘했던 반전 드라마
참으로 절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어제의 경기였다. 전날까지 5연패 그리고 선발진의 붕괴를 몸으로 경험하고 있었고 타선의 동반 침체는 끝을 모를 정도로 빠져 있었다. 그랬던 팀이 단지 한 경기 만에 180° 돌아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 면밀히 따지고 보면 "로저스" 효과를 무시 못 하겠지만, 그 와중에 정현석의 등장이 선수들과 팬들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동기부여를 심어줬다는 생각이다.

하다못해 상대 팀 선수들마저 격려의 박수를 멈추지 않았을 정도로 암을 이겨내고 돌아온 정현석이었기에 보이지 않는 자극이 선수단내에서도 새로운 힘을 부여했었다. 극적인 반전이라고 볼 정도로 복귀 이후 달라진 젊은 선수들의 눈빛을 뭐라고 표현해야 맞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전반적으로 흘러넘쳤다.

후반기 최하위 타선이 소사를 상대로 이렇게 불을 뿜을 줄 누가 알고 있었을까? 수비에서 집중력도 어쩌면 이런 효과였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한 경기를 통해서 한화는 두 마리의 토끼를 제대로 잡아낸 것으로 보인다. 멈췄던 가을 야구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게 되었고 부상 선수들의 여파와 어수선한 팀 분위기로 잃어버렸던 응집력을 다시 찾게 됐다.

문제는 지금 이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나갈지가 최대의 관심사겠지만, 다음 주를 기점으로 줄줄이 돌아올 선수들까지 생각해 보면 앞으로의 일정들이 걱정보다는 희망의 나날들로 바뀌지 않을까 싶어 보인다.

(절묘했다는 표현을 썼지만, 어떻게 이렇게 맞아 떨어질 수 있었을까? 돌아서서 곰곰이 생각을 집어보게 된다. 후반기 젊은 영건들의 투입 시기 또한 맞아 떨어졌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떨어지던 팀 분위기를 일시에 세운 것도 너무나 놀라운 부분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로저스"의 등장과 함께 2군 무대로 내려간 탈보트이 교체 시점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거기다 내려가는 탈보트의 자존심까지 공개적으로 깎아내린 것도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의 한수는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가 누누이 이야기했던 야신이 우리에게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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