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번째 타임로그 |2015.09.03

[한화이글스 이야기] "니가 가라! 하와이!"

[2015시즌 프로야구 넥센 12차전, 12-7 패]
"니가 가라! 하와이!"

엎어져서 펑펑 울고 싶은 밤이었다. 단지 대패의 씁쓸함을 논하고 싶어서는 아니었지만, 선발보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지는 불펜 투수들은 눈물겨운 역투가 물거품처럼 일순간에 가라앉아 버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짠~ 함에 목이 메어와서였다. 통산 2패가 전부이면서 던져봐야 2이닝 이상을 던져보지 못했던 투수가 5이닝 가까이 86개의 공을 쏟아 부으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패대기로 땅에 공을 던질 정도로 힘겼게 끌고 온 경기였는데, 그보다 더한 마무리 투수가 팀의 무게를 혼자서 다 짊어지고 나가듯이 또 다시 3이닝 가까이 끌고 나가야 하는 현실이 어찌나 통탄 스럽던지 ...

지켜보는 팬들도 아쉬움에 한숨을 짓기는 마찬가지였겠지만, 어제 경기. 그 누구보다 씁쓸하게 지켜봤을 감독을 생각해보면 모두가 고개 숙어지게 했던 밤이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일까? 경쟁이 되어야 할 팀들이 모두 패한 것이 그나마 눈물을 거두게 했지만, 새롭게 연승으로 등장한 롯데까지 가세하면서 가을로 가는 길목이 점점더 멀어져 보인다.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 한화 불펜에 마지막 출구는 없는 것인지, 서로가 양보하듯이 지켜보고 있는 마지막 티켓 한 장은 잡을 수 없는 것인지 이 가을이 이제는 모든것을 불태우게 만들고 있다.

끝나지 않은 승부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송은범은 애증의 대상이었다. 어떻게든 5회까지는 버텨주기를 바랬는데 또 다시 1회부터 무너졌으니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거기다 어제 넥센 타선은 부상으로 신음하는 박병호, 김민성, 윤석민등 주전 거포들이 대거 빠질 정도로 힘을 뺀 타선에다 상대 선발마저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문성현이었는데 공허한 메아리였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시작도 못한 싸움에 있었다. 선두 타자 고종욱에게 안타를 맞았다고 해도 스나이더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가볍게 나갈 기회에서 도망가듯이 피하며 서건창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문제였는데, 결국은 이택근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1회부터 김을 빼버렸다.

어제자 기사에도 송은범의 커맨드 문제에 대한 기사가 언급되었지만, 제구보다는 투구 패턴이나 밸런스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평가들이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결정적이지 않을까 생각마저 들게 하는데, 결정타를 맞은 것보다 과정이 너무나 나빴기에 흐름을 놓쳐버린 초반이었다.

그래서 김기현으로의 교체는 당연해 보였지만, 의외의 결과는 다른데서 나와버렸다. 패전처리 전문, 추격조의 일원으로 여겼던 박성호의 투구 때문이었다. 입단 당시부터 하드웨어적인 부분이야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받던 투수였는데, 일명 새가슴으로 난사급 제구력으로 가능성을 잃었던 투수에서 인생투를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어제는 놀라움에 연속이었다. 일단 힘에서부터 압도했다. 143km 아우르는 직구와 슬라이더가 코너를 파고드는 데다 107km 커브와 포크볼까지 빨려 들어오니 뜨거운 넥센 타자들이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면서도 언제 그랬는듯이 경기의 완급조절은 베테랑 같은 투구 패턴이었다.

그래도 문제는 경험부족, 체력고갈이랄까? 7회 2사까지는 끈끈하게 버티는 것 같았는데, 유한준을 상대할 때는 끝이 보이는 상태였었다. 결국 이택근한테 결정적 한 방을 맞으면서 승부가 멈춰버리게 했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았던 경기였다.

(아무리 봐도 억대 연봉과 3600만 원을 받는 선수의 투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둘이 뒤바뀐 투구를 했다면 연봉대비 딱 맞을만한데, 어떻게 똑같은 공으로 가지고 이렇게 상반된 공을 던지는지 ... 웬만하면 팬심으로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24경기 등판에 54이닝이라니 ... 불펜 투수 권혁이 70경기 104이닝을 던진 것과 비교해 보면 더 기가 찰 노릇이다. 하여튼 어제는 박성호의 재발견이 맞았다. 그것 하나만으도로 얻는 것은 충분히 있었다)

꺼지지 않는 불꽃
마운드는 또 다시 초토화 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타선은 힘이 있었다. 4회까지 문성현을 뚫지 못하면서 범타로 물러나기만 할때는 꺼졌다고 생각했었는데, 한 번에 힘을 내기 시작한 5회는 확실히 식지 않은 화력이었다. 연속 5안타에 추가 안타 볼넷 1개를 묶어서 5득점을 만들어 냈으니 그리고 6회 추가점까지 냈던 저력은 확실한 타선의 활약이었다.

어제 타선에서 또 한가지 의미 있었던 것은 이성열의 복귀였었다. 결정적이었던 5회 대타로 출전해서 일시에 침묵을 끝내는 적시타를 보여준 것은 그동안 대타 좌타 부재로 신음하던 타선에 단비와도 같았다. 이런 이성열 그리고 정근우, 이용규의 활약은 지키지 못한 패배 때문이지만, 꺼지지 않는 불꽃을 보여주었다.

(이성열이 돌아왔다는 것의 의미는 확실했다. 이종환이 떠나버린 이후 속 시원하게 날려줄 타자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며 절망에 빠져있었는데, 복귀하자 마자 아픈 기억을 다 지워버릴 정도였다. 외야에 대한 가용폭이 더 커진 만큼 기대를 더하게 하고 있다. 다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됐던 최진행의 상태가 관건으로 보인다. 큰 부상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니가 가라! 하와이!
어찌 되었건 5위를 향한 도전은 "덤 앤 더머" 수준으로 빠져가고 있다. 놓치지 않을 것 같았던 3팀이 하나 같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한화야 불펜 때문이라지만 타선이 멈춰버린 기아나 총체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SK도 입장은 하나같이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아니 이제는 순위가 뒤바뀔 정도로 근거리에 접근한 롯데가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으니 더 숨가픈 싸움이 되고 있다.

사실 생각지도 못했던 악재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4팀 모두가 평행선을 걷기 시작한 만큼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지켜보는 팬들은 더 즐겁게 돼버렸다. 도대체 어떤 팀이 올라갈지 ... 한화는 꼭 티켓을 잡아낼 수 있을지 끝까지 시선을 떨구지 못하게 하고 있다.

(남은 일정만 본다면 기아가 유리하다지만, 4팀 모두 포기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 그래서 한화도 끝까지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중인만큼, 경쟁 팀과 맞대결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팀이 진정한 승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버텨야 산다
숨도 못 쉴 정도로 잇따른 권혁의 등판에 여론의 표적이 이제는 감독을 향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혹사를 시킬 것이냐!" "불쌍해서 못 봐주겠다" "교체 타이밍을 못 잡는 벤치가 이해가 안된다"등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정도다. 거기다 끊이지 않는 구설수가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청주구장 cctv 사건까지 터지면서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혼신을 다했던 경기까지 패했으니 .... !!! 오죽했으면 "시즌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을 정도였을까?

하지만 모든 경기의 근본적인 부분을 따지고 보면 모두가 이유가 있는 일들이다. 시즌 초반부터 선발 투수 한 명을 쓰지도 못하고 날려버린 것을 비롯해서 과감하게 영입한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데다가 기존의 전력까지 약한 팀을 가지고 끌고 나가려니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송은범을 써야 하고 힘들 줄 알면서도 권혁을 써야 하는 감독의 마음은 어떨지를 생각해 보면 답은 뻔해 보인다. 그래도 지금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은 김성근 감독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Comment
☞말이 나와서 말이지 어제 같은 경기는 피로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선수들도 그렇겠지만, 팬들도 힘 빠지기는 마찬가지죠! 우울 모드로 들어서면 잠도 잠이지만, 분한 가슴 달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올해는 과음이 줄었지만, 작년에는 꼭 한잔 걸치고 자야 잠을 청했네요! 솔직히 어제 교체를 조금만 빨리했다면 좋았을 것을 계속 생각했었습니다. "감독님 지금 바꿔야 합니다"를 속으로 외치기도 했었는데 ... 당연히 감독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을 해보니 그렇더군요! 아마도 심중이지만, 박정진도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닌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또 권혁이었죠!

이제는 마음이 더 가벼워졌습니다. 야구 하루 이틀도 볼 것도 아니고 ㅎㅎㅎ 하여튼 오늘은 다시 비상하는 한화이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한화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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