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타임로그 |2017.02.17

<낯선 아내>, 이유

가로등이 하나둘 밝혀지더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비가 그치지 않았다. 나는 아파트 단지 담벼락 아래 주저앉았다. 이상했다. 아무도 우산을 들고 있지 않았다. 저만치서 아내가, 나를 마중 나온 게 분명한 그녀가 단지 내 주차장 쪽에서 걸어왔다. 너무 반가워 그녀를 향해 한걸음에 달려갔다.
"나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아내 역시 기뻐서 펄쩍 뛰었다. 고무공이 시멘트 바닥을 울리는 것처럼 소리 없는 진동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내가 몰라보면 누가 당신을 알아보겠어."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가로등 불빛 아래 드러나 아내의 얼굴을 본 순간 멈칫했다. 아내가 아니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양팔로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녀의 머리 위에 턱을 얹고 고개를 숙였다. 코끝이 그녀 정수리에 닿았다. 아내의 냄새가 맞다. 여보, 하고 부르자 그녀가 왜, 하고 대꾸했다. 아내의 음성이 맞다. 왜 우산을 들고 나오지 않은 거야. 이렇게 비가 오는데.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미안해. 그녀의 침묵이 내게는 그렇게 들렸다. 아내가 맞아. 나는 되뇌었다. 아무리 낯설어도 내 아내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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