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타임로그 |2017.03.15

<봄밤>, 권여선

"산책 좀 할래요?"
종우가 물었다.
"아니야, 그냥 여기 있을란다."
"힘들죠, 아저씨?"
"아직 괜찮다."
"그러니까 뭐하러 그 독한 주사까지 맞고 멀쩡한 척을 해요?"
종우가 툴툴거렸다.
"안 그러면 못 가. 저 사람."
"못 가면 더 좋죠. 담당선생님도 아까 막 뭐라 하시던데."
"종우야."
"네."
"여자친구한테 선물해본 적 있냐?"
"있죠. 아, 나는 여자애들 선물 고르는 게 제일 싫어요."
"그게 왜 싫어?"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잖아요. 근데 선물이 왜요?"
"아니야. 그냥 물어봤어."
잠시 뒤 종우가 말했다.
"이거 선물 아니에요, 아저씨. 이렇게 자꾸 나가는 거 아줌마한테도 안 좋은 거잖아요?"
"분모야 어쩔 수 없다 쳐도 분자라도 늘려야지."
"네? 부모가 뭐요?"
"아니다. 아무것도."
수환은 처음 영경을 만나던 봄날을 생각했다. 웨딩홀에서 사람들에 섞여 있을 때부터 그는 영경을 주목하고 있었다. 비록 화장을 하고 있었지만 영경의 눈가는 쌍안경 자국처럼 깊게 파였고 볼은 말랑한 주머니처럼 늘어져 있었다. 한달 동안 노숙생활을 했을 때 본 여자 노숙자들을 생각나게 하는 얼굴이었다. 재혼한 친구의 집에 몰려가 술을 마실 때 그는 영경과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술을 마실수록 영경의 얼굴은 붉어지기보다 회색에 가까워졌고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막 마르기 시작하는 석고상처럼 보였다. 가끔 그녀는 취한 눈으로 그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곤 했다. 취한 그녀를 업었을 때 혹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앙상하고 가벼운 뼈만을 가진 부피감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봄밤이 시작이었고, 이 봄밤이 마지막일지 몰랐다.
수환은 진통제 기운이 떨어질 때까지 영경이 마지막으로 사라진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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