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타임로그 |2017.03.21

<전수택 씨의 감자>, 김정아

"넌 엄마한테 고맙다고 해야 해."
보람이가 힐긋 김 여사를 보았다.
"엄마 안 닮아서 이렇게 예쁘잖아. 안 그러니, 혜선아?"
보람이가 쿡 하고 웃더니 수줍은지 볼이 발그스름해졌다. 김 여사 말대로 내 딸인가 싶을 정도로 고왔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방울토마토처럼 싱싱하고 이제 막 영근 빨간 사과처럼 고왔다.
"마트에서 만난 분이야?"
"응."
"이제 마트 안 다녀?"
"이제 다 끝난 일인걸 뭐......"
대답을 못 하고 있는 나 대신 김 여사가 우물쭈물 말을 했다.
"대출은 내가 한 게 아니야, 엄마...... 그것도 모르면서."
"그러면? 말을 속 시원하게 해봐."
보람이가 막걸리 한 모금을 마셨다. 나는 빤히 보람이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보람이는 목에 뭔가 걸린 사람처럼 음음 목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었다.
"엄마 마트에서 파업할 때 그 아저씨, 정 씨라는...... 그...... 놈이 집에 왔어."
"그래서?"
"엄마 시키는 대로 집 잘 지키고 있으려고 했어. 나도 이제 집 나가는 거 싫어. 근데 정 씨가 찾아와서 자기 집처럼 있으면서...... 아무 일은 없었어. 내가 빨리 도망쳤으니까. 내가 떨어뜨린 핸드폰을 주워서 돈을 빌렸나봐."
보람이는 차분하게 말했다. 나만 막걸리를 사발째 들이켜고 있었다. 손이 떨려왔다. 김 여사가 감자전을 좀 더 부쳐야겠다고 자리를 피했다.
"보람이 너 엄마랑 살 거지?"
"모르겠어...... 나는 엄마, 나는 엄마처럼 살기 싫어."
나는 한동안 밥상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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