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타임로그 |2017.03.26

<날짜 없음>, 장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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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한 권의 소설이라면 우리의 페이지는 작가의 말을 읽는 중일까, 아니면 쓰는 중일까. 작가의 말이 없는 소설은 작가의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독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건 가짜로 지어낸 소설의 첫 페이지가 아니라 그 소설을 완성해 낸 작가의 마지막 페이지, 작가의 말이라는 진짜 속생각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첫 페이지부터 차근차근 읽어 가는 거라고. 소설과 작가의 한 시절과 창작의 마무리에 해당하는 끝 페이지. 지금이 마지막이라면 우리의 페이지는 가장 솔직해야 하는 순간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한 쪽짜리 작가의 말은 300쪽짜리 소설보다 쓰기 어려운 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의 말을 먼저 읽어 버리는 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의 끝은 뭘까요?"
흘러넘치는 촛농을 보며 내가 물었다.
"......"
"이별일까요?"
"아니요."
"결혼일까요?"
"아니요."
"그럼요?"
"상대방을 위해 죽어도 좋은 거요."
"죽어도 좋은 것."
"네, 그거요."
그는 나를 위해 죽어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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