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타임로그 |2017.04.16

<우산도 빌려주나요>, 황현진

엄마, 호텔에 누워 있으니 어때?
엄마가 남은 베개를 만지작거리며 대꾸했다.
신혼여행 온 것 같아서 좋아.
엄마는 천천히 등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 홀딱 젖은 그녀를 보곤 뒤늦게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았다. 어서 뜨거운 물에 씻으라고, 그러지 않으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라고 호들갑을 떨며 그녀를 욕실로 몰아넣었다. 그녀는 못 이기는 척 욕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변기 뚜껑 위에 모아두었다. 뜨거운 물이 쏟아졌다. 금세 욕실에 뿌연 김이 가득 찼다. 그녀는 꼼꼼히 비누칠을 하고 얼굴을 세게 문질렀다.
물기가 가시지 않은 몸에 커다란 샤워 타월을 두르고 욕실 문을 열었을 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강경하고 단호한 어투로 엄마는 수화기 너머 사람에게 또박또박 일렀다.
우리 딸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는 온몸이 굳은 듯 욕실 문턱에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 수건이 흘러내리지 않게 팔짱을 단단히 끼고 엄마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착해빠진 년은 아니지만, 도둑년도 아닙니다.
엄마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하도 똑똑해서 그런 짓을 안 합니다.
그녀는 뒷걸음질 치며 도로 욕실에 들어갔다. 살며시 욕실 문을 닫고, 김이 서린 거울을 지나 욕조로 향했다. 수도를 틀었다. 수도 꼭지를 좌우로 움직여 흐르는 물의 온도를 손끝으로 가늠했다. 서서히 욕조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여태 연락이 오지 않는 걸보니 애인은 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그의 걱정과 달리 일이 잘 해결되었을지도 모르고, 벌써 영창에 끌려갔을지도 몰랐다. 집에 문을 잠갔으니, 그녀가 걱정할 일도 줄었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만나려고 들면 방법은 많았다. 우산도 하나 받아두었으니, 엄마와 외출도 별 무리가 없을 터였다.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녀는 욕조에 걸터앉은 채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도 씻어.
문 밖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따뜻한 물이 가득한 욕조에 한 손을 깊숙이 넣었다가 빼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엄마, 얼른 들어와봐, 여긴 엄청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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