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타임로그 |2017.05.30

<흉터와 무늬>, 최영미

아침에 나가보니 그게 우리집 대문 위에 걸려 있었다. 누런 새끼줄에 꼬인 검정 숯이 부적처럼 도드라졌다. 흉물스러운 게 떡하니 앞에 버티고 있어, 평화롭던 대문간이 삽시간에 무당집처럼 괴괴해 보였다. 도대체 저게 뭘까? 대문간을 지나던 어떤 아줌마가 빙그레 웃으며 나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저건 딸을 낳았다는 표시다."
딸이라 말하며 동정하는, 가볍게 경멸하는 기색이 어린 마음에도 감지되었다. 아들이면 고추를 매단다고 했다. 왜 하필 숯과 고추를? 그냥 '누구네가 사내애를 낳았음' '여자애를 낳았음'이라고 대문간에 써붙이면 될 것을, 왜 그런 우스꽝스러운 목걸이를 만들어 대문 높이 대롱대롱 매달아야 하는지?
숯은 연탈불 꺼질 때 지피는 것이고, 빨간 고추는 고추밭에 있다 밥상에 올라야 한다. 빨간 고추와 검정 숯처럼 남과 여가 확연히 다른 존재이며, 남녀를 서로 다른 색과 표식으로 구분한다는 발상이 무척 생경했다. 나는 그 인공의 아름답지 못한 상징이 싫었다. 자연스러운 차이를 흉측한 차별로 승격시킨 어른들의 억지가 맘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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