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타임로그 |2017.06.18

<애호가들>, 정영수

"그런데 넌 그때 왜 그랬던 거야? 술 때문에?"
"오빠."
연희가 입을 열었다.
"오빤 저 사람이 누군지 알아?"
그녀는 이제 막 구덩이에 속에 처박힌 시체를 가리켰다.
"저 사람이 누군지나 알고 구덩이 속에 묻는 거냐고."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지만 얼굴을 확인하려면 구덩이 속에 들어가 시체를 뒤집어야 했다. 선뜻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 너 아는 사람이야?"
"오빤 늘 그런 식이야."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렇게 아무 생각이 없을 수가 있어?"
나는 문득 삽으로 그녀를 후려갈려 구덩이에 함께 묻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좀 차분하게 말해봐. 도대체 무슨 소리야?"
"장이야."
"뭐라고? 저제 장이라고?"
"장이 자달라고 했어. 오빠랑."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오빠랑 한번만 해달라고, 장이 부탁했다고."
"도대체 왜?"
"장한테 직접 물어봐."
장에게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네가 말해봐. 어떻게 그런 부탁을 할 수 있어? 아니, 도대체 그런 부탁은 왜 들어준 거야?"
"그럼 오빠는? 오빠는 저걸 왜 묻어주는 거야?"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어느 것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장이 연희와 나를 같이 자게 했는지, 왜 내가 장을 위해서 얼굴도 모르는 이 사람을 묻고 있는지 말이다. 나는 장이 오늘 왜 도서관에 왔는지도, 그리고 왜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는 어쩌면 내가 이 일을 대신 해주길 바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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